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 부촌은 어디인가? 바로 강남이다. 성수동, 한남동과 같이 한강을 주변으로 점차 신흥 부촌들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나 8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부의 중심으로 꼽히는 지역은 강남이다. 하지만 1970년에 들어서야 개발되기 시작한 강남은 어떻게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거듭났을까? 이번 포스팅을 통해 강남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해당 포스팅은 한종수·강희용 작가님의 「강남의 탄생」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심장, 강남의 탄생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적인 서울이라고 하면 사대문 안쪽을 일컫는다. 지금은 종로구, 중구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현재 서울 면적과 비교해 보면 그 크기는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로구와 중구는 지금까지도 서울의 중심이며 주요 정부기관, 금융기관 그리고 언론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그야말로 정치·경제·언론의 핵심지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서울을 생각해보면 종로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며 퍼져나가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다. 그러나 강남이라는 계획 신도시가 들어서며 이 패턴에 변화가 생긴다. 그렇다면 강남은 어떻게 지금과 같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1) 한남대교 개통
출처 :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강남의 탄생을 알리는 첫 시작은 한남대교의 개통이었다. 1969년 12월 27일, 그 당시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개통되며 드디어 강남이라는 지역이 서울의 신도시로서 본격적으로 편입되었음을 선언한, 대한민국 부동산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당시 한강에는 제1한강교(한강대교)와 제2한강교(양화대교) 밖에 없었기에 한강 이남에는 영등포구만 주요 권역이었으나 새로운 중심지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1975년 강남구가 출범하며 정식으로 '강남'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된다. 이전에는 강남이라는 용어조차 없어 '영동'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는데 이는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이었다. 지금도 강남에는 '영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영동대교, 영동시장, 영동고등학교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2) 경부고속도로 개통
출처 : 월간중앙
당시 강남의 개발은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했다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는 두가지 의견이 있는데 첫 번째가 강남을 개발함으로써 사대문에 몰려있는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도고, 두 번째가 북한의 남침을 대비해 미리 한강 이남에 도시를 건설해 더 쉽게 전란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러한 정치적 의도와 경제적 목적이 맞물려 강남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다.
한남대교 개통이 강남 개발의 첫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강남의 천지개벽은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시작된다. 1970년 7월 7일 논밭만있던 강남에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였고, 이제 이 지역에 전국의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니게 된 것이다. 부동산은 사람들이 모여 가치를 만드는 법. 이렇게 강남이라는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교통망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다. 조선시대부터 옹기종기 모여 살던 강북 난개발 지역과는 달리 강남에서는 직각과 직선으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도로들이 교차하며 계획도시로서의 면모를 뽐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만으로 강남이 현재의 위상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당시 강남에는 도로 말고는 기반 시설이 전혀 없었던 만큼, 강북에서 강남으로 생활권을 이전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정부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강남을 찾아오게끔 만들 기반시설이 필요했다.
4)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출처 : 서울신문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결정적인 기반시설을 한 것이 바로 지금까지 서울시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다. 1976년에 가개설하기 전까지 서울의 고속버스터미널은 대부분 강북에 있었다. 심지어 강북에 뿔뿔이 흩어져있었기에 운송회사에서도 버스를 운행하기 번거로웠고 시민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 터미널을 이용해야 했다.
그 터미널들을 현재 서초구 반포동 부지로 집결시켰고, 전국적인 버스 교통망의 중심지로 반포동(당시에는 강남구 소속)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반포동은 대형 주거지와 대형 상업시설이 밀집된 곳으로 서울 부동산 역사에 혜성처럼 등장하게 되었다.
5) 2호선 지하철 개통
출처 : 서울 아카이브
박정희 정권 이전 서울 교통망에서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망이 가장 중요했지만, 강남이 개발되기 시작하며 점차 전철망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든, 거주를 하든 많은 사람을 강남으로 옮겨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에 따라 1980년 실설동~종합운동장 구간의 2호선 전철망이 개통되었다.
이 2호선이 강남이 서울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당시 2호선은 대한민국의 첫 순환선으로 서울 핵심 지역을 모두 연결하는 획기적인 노선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서울 핵심지 어디서든 강남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고, 이로서 강남으로의 집중이 가속화되었다.
지금까지 도로와 교통을 중심으로 강남의 탄생을 살펴보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강남이 어떻게 고급 주거지가 될 수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